비어디드래곤 화난 신호 5가지

핑크색 조끼를 입혀주려다 제대로 당했다. 사 준 옷 입히려는데 ‘쌕쌕’ 숨소리와 함께 오줌까지 싼다. 아이고…

더 이상 핸들링은 무리다 싶어 사육장에 넣어주고 가만히 지켜봤다. 턱밑이 부풀어 올랐고 색은 까맣게 변해 있었다. 우리 집 ‘싼다’가 그렇게 화낸 모습은 처음 봤다.
말을 못 한다고 감정이 없는 건 아니다. 비어디드래곤은 몸짓으로 자기 기분을 표현한다. 그 신호를 제대로 읽어야 제대로 케어할 수 있다.
비어디드래곤은 원래 공격적이지 않다
비어디드래곤은 천성이 온순한 편이라 먼저 공격하는 일이 거의 없다. 다만 위협을 느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인의 손길이 의도와 다르게 위협으로 읽히는 순간, 이들은 방어 태세로 돌변한다. 그래서 화난 신호를 미리 알아두는 게 중요하다.
1. 물기 (Biting)
물기는 가장 확실한 분노 신호다. 다루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문다.
비어디드래곤은 원래 잘 물지 않는 편이라, 위협 요소를 쫓아내려는 여러 경고 행동이 다 통하지 않을 때만 문다고 알려져 있다.
배가 고프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손을 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물었다고 무조건 화났다는 뜻은 아니다.
어린 개체는 살짝 잡히는 정도지만 성체는 턱 힘이 세서 훨씬 아플 수 있다. 확신이 안 서면 장갑을 끼거나 수건 등을 활용해서 핸들링 하는 편이 안전하다.
다만 핸들링 도구 냄새 때문에 주인을 못 알아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기가 반복된다면 사육 환경이나 몸 상태를 함께 점검해보는 게 좋다. 갑자기 성격이 달라졌다면 통증이나 질병 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히싱 (Hissing)
히싱은 불편함이나 위협을 느낄 때 가장 흔하게 나오는 반응이다. 입을 벌리고 수염을 부풀린 채로 ‘쌕’ 하는 소리를 낸다.
덩치에 비해 소리가 커서 처음 들으면 주인도 꽤 놀라게 된다. 반복적으로 히싱한다면 스트레스가 꽤 쌓였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중이거나, 갑자기 낯선 사람·동물이 주변에 나타났을 때도 히싱을 많이 한다.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본능적인 반응이다.
암컷의 경우 알을 밴 상태에서 예민해져 평소보다 히싱을 자주 하기도 한다. 이럴 땐 최대한 자극을 줄이고 조용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
히싱이 갑자기 잦아졌다면 호흡기 질환이나 통증 때문일 수도 있으니, 다른 이상 증상은 없는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3. 턱수염 부풀리기, 비어딩 (Bearding)

상대를 위협할 때 턱 부분을 부풀리는 행동이다. 이때 수염 색이 검게 변하면서 위협감을 더한다.
다만 비어딩이 항상 분노만 뜻하지는 않는다. 흥분했을 때나 탈피 전, 짝짓기 상황에서도 턱이 검게 부풀 수 있다.
수컷들은 서열을 정하거나 영역을 지킬 때도 비어딩을 한다. 암컷 앞에서 구애할 때도 같은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상황을 함께 봐야 한다.
몸을 납작하게 눕히는 자세와 비어딩이 같이 나타난다면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땐 잠시 거리를 두는 게 낫다.
그래서 비어딩 하나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다른 행동과 함께 살펴야 정확하다.
4. 헤드보빙 (Head Bobbing)
머리를 위아래로 빠르게 까딱이는 행동이다. 보통 수컷끼리 영역 다툼을 하거나 암컷을 두고 경쟁할 때 나온다.
빠른 헤드보빙은 서열 다툼이나 경고의 의미가 강하고, 느린 헤드보빙은 반대로 순종이나 인정의 의미로 해석된다고 한다. 속도 차이로 뜻이 갈리는 셈이다.
가끔은 유리에 비친 자기 모습을 다른 개체로 착각해서 헤드보빙을 하기도 한다. 이 경우 반사가 덜 되도록 환경을 바꿔주는 게 좋다.
같은 사육장에 여러 마리를 키운다면 헤드보빙이 스트레스 신호일 수 있으니 각자 공간을 충분히 나눠주는 게 중요하다.
5. 게이핑, 입 크게 벌리기 (Gaping)
게이핑은 사육장 온도가 높을 때 체온을 조절하려고 입을 벌리는 행동이다. 이럴 땐 화난 게 아니라 그냥 더운 것이다.

바스킹 램프 아래에서 입을 벌리고 있다면 대부분 체온 조절용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강아지가 헥헥거리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화가 났을 때도 입을 크게 벌려 안쪽까지 보일 정도로 게이핑한다. 이때는 보통 비어딩과 히싱이 함께 나타난다.
포식자에게 겁을 주려고 몸을 최대한 커 보이게 만드는 행동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궁지에 몰렸다고 느낄 때 나오는 마지막 경고인 셈이다.
그래서 게이핑을 볼 땐 온도계부터 확인하고, 다른 행동이 같이 나타나는지도 함께 체크하는 게 좋다.
정리하며
비어디드래곤 화난 신호는 물기, 히싱, 비어딩, 헤드보빙, 게이핑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신호를 미리 알아두면 반려동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억지로 뭔가를 시키기보다 반응을 살피며 천천히 다가가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반응을 살피며 천천히 다가가도록 하자.
비어디드래곤은 어릴 때부터 분양받아 자주 핸들링해주면 웬만해선 주인을 물지 않는 영리한 도마뱀이다.
화를 돋우지 않고 차분하게 다루기만 하면 이만큼 순한 생물도 드물다.
적당한 교감과 핸들링을 원한다면, 내 기준 반려도마뱀 1등은 역시 비어디드래곤이다.